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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밑줄 긋기 가슴 따뜻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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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크리에이티비티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어디에서든 나는 이 질문부터 받는다. 그때마다 이렇게 대답한다."파괴에서 나옵니다."
나는 늘 창조의 다른 말은 파괴라고 역설한다. 달걀 껍질이 깨지는 순간 병아리가 태어나듯,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으면 기존의 것을 부숴야 한다는 뜻이다. 그 비결은 관점을 바꿔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물 옥상 위로 삐죽 솟은 굴뚝이 있다 하자. 그것을 보며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내 눈에는 총알이 튀어 나가는 총열로 보였다. 그덕에 내 광고 인생을 180도 바꿔놓은 '굴뚝총'을 만들 수 있었다. 어느 날 지은 지 100년도 훨씬 더 된 5층짜리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위로는 하늘이 쨍하게 파란 빛을 뿜고 있었고, 파란 하늘을 배경 삼아 선 굴뚝에서는 시커먼 연기가 힘차게 솟고 있었다. 총! 뜬금없이 그 풍경에서 총이 떠올랐다.

재빨리 디카를 꺼내 굴뚝을 줌으로 바짝 당겨 사진을 찍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머릿속에는 구도, 색채, 카가 펑 하고 터졌다. 그리고 총 사진의 몸통 부분을 굴뚝 사진과 조합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미지가 경쾌하니까 카피도 간결하게 했다. "대기오염으로 한 해 6만 명이 사망합니다." 누군가는 싱겁다고 하겠지만 나는 핵심을 찌르고 싶었다.이것이 크리에이티브한 광고의 시작이었다. 당시 나는 환경오염이 주제인 광고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굴뚝을 보자마자아이디어가 금세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원쇼 칼리지 페스티벌 공모전이 다가왔다. 결과는 최고상인 금상이었다. 작품은 광고 전문지 <원쇼 매거진>과 <커뮤니케이션 아츠>에 크게 실렸다.

그러던 중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광고란 무엇일까?' 하는 원론적인 생각에 빠져들었다. 어떤 광고가 사람들을 기쁘고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예쁜 신발, 좀 더 넓은 아파트, 신상품 드레스를 사서 갖게 하는것도 행복한 광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집 없는 사람이 집을 얻게 하고 얼어 죽을 것 같은 사람에게 옷을 입혀주는 게 훨씬 더 행복한 광고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잘나가는 사람을 더 잘나가게 하는 것보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기사회생하게 하는 광고가 더 의미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공익광고에 자꾸 관심이 갔다. 전쟁으로, 환경오염으로, 기아로 당장 사람이 죽게 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이케아 가구를 사라' 혹은 '나이키를 신어라'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적성에 맞았다. 돌이켜 보니 즐겁게 작업한 것도, 좋은 성과를 가져다준 것도 모두 공익광고였다.

라틴어에 '프로 보노(Pro Bono)'라는 말이 있다. 미국에서는 변호사 쓸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돈을 받지않고 도와주는 것을 일컫는데 일반적으로 공익을 위한 행위를 아우르는 말이다. <뉴욕 타임스>처럼 비영리단체의 광고를 무료로 실어주는 것도 프로 보노에 포함된다.

내가 우리나라에서 프로 보노를 실천할 기회는 우연히 왔다. 몇 년 전 한 일간지 기자가 일주일에 한 번씩 광고칼럼을 써달라는 제안을 했다. '글발'보다 '광고발'이 낫겠다 싶어 나는 공익광고를 한 편씩 제작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역으로 제안했고, 그렇게 프로 보노를 시작하게 되었다. 첫 번째 주제는 노숙자였다. 노숙자라고 하면 신문을 덮고 자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올라 1970년대식 담요를 펼쳐 사진을 찍었다. 그 담요는 이불신문 느낌을 살리는 데 적격이었다. 카피는 명료했다.

"오늘밤 누군가는 이 신문을 이불로 써야 합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편집국에는 전화가 쇄도했다.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 "가슴이 따뜻해지는 광고다"와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이불신문에 이어 나는 '한 그루의 나무도 소중히' '지구가 녹고 있습니다' '연장이 아닌 연필을 쥐어주세요' 등의 시리즈를 작업했다.결과적으로 이런 광고를 통해 비영리단체는 각자의 목적대로 '착한' 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되었고, 시민들은 정신적으로 혹은 물질적으로 그 단체를 지지하게 되었다. 내 작은 재능이 사회에 보탬을 준 셈이다. 앞으로도 나는 광고를 통해 고등학교 때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홍익인간'을 실천해보고자 한다. 기발한 광고로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고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면 그것만큼 값진 삶이 어디 있을까.
글을 쓴 이제석은 세계 3대 광고제의 하나인 '원쇼 칼리지 페스티벌'에서 금상, 광고계의 오스카상이라는 클리오 어워드에서 동상 등 국제적인 광고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고 미국에서 가장 큰 광고회사인 JWT를 비롯한 여러 광고회사에서 일했다. 현재는 이제석 광고연구소를 운영하며 자본가만을 위한 광고가 아니라 사회, 문화적 이슈를 다루는 광고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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