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과
신속 정확한 진단은 우리의 몫

의사들을 제외하고 병리과가 또, 병리과 의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누군가는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는 병리과 의사를 야구장에서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를 판단하는 심판에 비유했다. 조금 낯설기에 더 궁금한 ‘병리과’의 어느 하루를 공개한다. 고대 로마시대에 모든 길이 로마로 통했듯이 병원의 모든 조직검사는 병리과를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가 인정하는 실력파 위내시경 의사라도 환자의 내시경검사에서 이상 부위를 발견하면 그 부위의 조직을 떼어내어 암인지 궤양인지, 현재 환자의 상태가 어떠한지 알기 위해 병리과 의사들에게 조직검사를 의뢰하고 자문을 구한다. 
여기서부터 병리과의 활약은 시작된다. 병리과 의사들은 환자의 조직을 직접 눈으로 보고 또 현미경 관찰을 통해 상태를 진단한 다음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치료 결과에 도움을 준다. 그래서 병리과 의사들을 외과나 내과 의사들의 의사, 의사들의 컨설턴트라고 부른다. 
병리과 장미수 서울의대 교수는 “병리과가 조직검사만 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에요. 면역 병리검사, 분자 병리검사를 실시합니다. 환자 개인마다 암을 일으킨 원인과 관련 유전자가 다를 수 있는데 변성된 유전자를 병리과 의사가 찾아내 환자의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에게 알려줍니다. 이제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맞춤 치료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거죠” 라며 병리과가 하는 일을 조목조목 이야기한다.   

글 } 정임경  
사진 } 한수정

우리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병원 내 수많은 과에서 들어오는 조직을 검사해야 하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병리과. 언제, 어디서 조직 검사 자문이 들어올지 모르기에 병리과 사람들은 항상 대기 상태다. 
수술실에서 응급 동결절편 검사 요청이 들어왔다. 방광에서 떼어낸 조직에서 암세포 유무를 확인해달라는 것. 병리과에 주어진 시간은 단 15분. 다행히 암세포가 없다는 최종 진단을 내리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3분. 하루에도 적게는 10여 차례에서 수십 차례 반복되는 응급상황이며 병리과의 일상이라고 한다.  

머리를 맞대고 경험을 공유하다
아침부터 병리과 교수와 레지던트는 함께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환자의 조직이 다소 특이한 사례여서 좀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 이처럼 병리과 의사들의 일상은 수많은 심도 있는 토론으로 채워지기도 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환자의 치료 방향이 결정되잖아요. 이것이 곧 환자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쉽게 진단을 내릴 수 없죠. 그래서 저희는 소견을 자주 나눠요. 사례별로 신중하고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 어깨가 무겁죠.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커요” 라고 말하는 병리과 김지은 교수다. 
“병리과 의사들은 평생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죠. 의학이 발달하는 만큼 질병 또한 늘어나기에 항상 연구해야죠” 라며 다른 과 의사들과 모여 사례별 연구를 할 때면 다시 학생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웃는 김영아 교수. 병리과 의사들 한 사람 한 사람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지극하다. 비록 많은 사람이 병리과를 잘 알지 못하지만 이들은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할 뿐이다. 자신들의 정확한 진단으로, 환자들이 신속한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데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이들의 이야기에서 환자를 섬기는 진정한 의사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완벽한 병리학적 진단을 
꿈꾸는 병리과 의사들 보고 또 보고, 현미경 관찰
아침 8시부터 하루종일, 판독실에서는 병리과 의사들이 슬라이드로 만들어진 조직을 관찰해 병리학적 진단을 내리느라 바쁘다. 다양한 배율의 렌즈로 조직의 모습을 관찰한 다음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의사들이 정확한 진단 및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환자의 상태와 예후까지 예측할 수 있는 소견서를 작성한다. 


병리과 교수들의 소견 공유하기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조직과 세포로부터 질병을 판단하는 것은 병리과 의사들의 몫. 병변을 바라보는 의사들의 소견에는 남다른 책임감이 따른다. 그래서 오전 9시 이후부터는 수시로 병리과 의사들이 판독실에 모여 경험과 소견을 나눈다. 환자의 생명을 위해 심도 깊은 판단을 하기 위한 것이다.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육안조직병리 관찰
톡 하고 코끝을 찌르는 포르말린 냄새가 육안검색실에 진동하는 지금, 병리과 의사는 환자의 조직을 맨눈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며 육안관찰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육안관찰은 병변을 찾는 첫 단계로 병변의 색깔, 개수, 크기 등을 면밀히 살피고 기록하는 일이다.
여러 전문의들의 경험을 나누다, 
컨퍼런스 개최
병리학적 진단을 이미 받은 환자에서 향후 치료계획 및 예후에 관한 의견 공유를 위해, 여러 과의 교수들이 함께 정기적으로 컨퍼런스를 진행한다. 병리과를 필요로 하는 컨퍼런스만도 열 종류다.
병리학적 진단의 초석을 다지는 
보건직 직원과 의무전산요원 

병리학적 진단을 위한 도구 
조직 슬라이드 제작
오늘도 표본제작실의 보건직 직원들은 아침 8시부터 환자의 조직을 슬라이드로 제작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밤새도록 특수 화합물이 조직에 들락날락 침투하며 생긴 조직블록을 다시 절개하고 염색하면 슬라이드로 완성된다. 동결절편 검사 요청
방광 수술 도중에 환자의 조직에서 암세포 유무를 확인해달라며 작은 조직이 표본제작실로 내려왔다. 조직을 보고 진단을 내리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15분. 동결절편 검사로 수술 진행 여부와 수술 범위가 결정되기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진다.
어떤 소견도 놓칠 수 없다
탁, 탁, 탁! 의무전산요원들의 타이핑 소리가 온 사방에 울린다. 병리과 의사가 육안조직병리 관찰을 하며 육성 녹음한 소견을 빼놓지 않고 보고서를 기록하는 일, 자료정리를 하는 일 그리고 전화 응대를 하는 일이 의무전산요원들의 몫이다.